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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August 2008

Features

‘잊혀진 전쟁’에 대한 재교육

미 전역에 개봉된 한국 전쟁의 대서사시 ‘태극기 휘날리며(Tae Guk Gi: The brotherhood Of War)’의 감독 강제규를 만나다
자기로 된 하얀 변기를 상상하라. 그리고 거꾸로 세워라. 바로 프랑스 다다이즘 예술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작품 ‘샘(Fountain)’으로,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본 후 내가 떠올린 이미지다.

LA의 한국문화원에서 강제규 감독과 인터뷰를 가진 뒤, 나는 이 영화를 한 번 더 봤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땐, 다른 아시아영화에 비해 뛰어난 특수효과 때문에 멍했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대화에 집중할수록 강 감독이 현실불가능한 환상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 극장은 코리안-아메리칸으로 가득했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미국인이 반드시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가 있다. 이라크인의 자유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라크의 독재정권을 물리쳐 줬건만, 왜 이라크인들은 미국에 화가 났는지 궁금해 한 적이 있는지? 반역을 저지르고 공산주의자가 된 미군을 무조건 몰아세우는 게 정당한지? 이 영화를 본다면 앞서 던진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두 번 정도는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처음 이 영화가 한국에 개봉됐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고 강 감독은 말한다. “한국에서 이 영화는 북한을 지나치게 동정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것이 강 감독이 전쟁에 대한 그의 의견을 타협하고 싶지않아 했던 이유다. 강 감독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진실을 다루면서, 동시에 ‘사람’에 가장 중요하게 초점을 두었다.

“한국 전쟁에 대한 오해가 많다.” 강 감독은 설명한다. “그것은 단순히 북한과 남한의 공산주의, 민주주의라는 이념 대립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다. 오해의 진실은 바로 전쟁의 감정적인 정황에 얽힌 사람들이다. 그 과정에서 정작 ‘사람들’이 사라졌다.”

사실 그의 영화에서 북한 사람이 연민의 대상으로 그려진 것은 이번 영화가 처음이 아니다. 그의 전 작품 ‘쉬리’는 한반도의 통일을 반대하는 극단적인 북한군 간첩을 다룬 스릴러 물이었다. 쉬리를 통해 북한 사람들의 처참한 생활상과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택한 극단적인 수단이 세상에 알려졌다. 영화는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기록을 세웠고, 한국 영화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일본에서 ‘쉬리’가 개봉했을 때, 한국영화라서 안 보면 어쩌나 걱정했다”고 강 감독은 회상했다. 그러나 쉬리는 2천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일본 박스오피스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영화가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들이 아시아에 진출하게 됐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미국에 개봉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작품도 ‘쉬리’와 같다. 한국영화라서 미국인들이 보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의 주제는 ‘전쟁의 폭력성과 잔인함’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다. 단지 가족의 중요함을 감정적으로 더 강조한 것 뿐이다. 미국에서도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KBS의 한국전쟁 다큐멘터리였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받은 강 감독은 곧바로 계획 중이던 공상과학 작품을 취소하고 전쟁 영화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시나리오가 완성되자 강 감독은 국방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국방부와 정부사 직접 총격씬을 도와줄 수 없었다. 전투기와 탱크, 기타 군수물자협조요청을 했는데 정부와 군측에서 시나리오를 좋아하지 않았다. 10씬을 수정하라고 했지만 그 씬들을 포기하고 싶지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설득했다. 결국 정부 측에서 마음을 바꿨다.”

이제 우리는 강 감독이 창조하려고 한 환상의 결과물을 본다. 같은 소재를 선택했지만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전쟁의 발발이 되는 정치적 상황에서부터 몇몇 씬은 충성심과 애국심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갖게 할 것이다. 가족을 희생할만큼 민주주의가 그렇게 중요한가? 집과 음식이 있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살겠는가 아니면 가난한 민주주의 국가에 살겠는가?

“한국전쟁은 정치적인 이유로 정부에 의해 일어난 게 아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 것이다.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를 원하는, 그 공감대가 있었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지 5년도 채 되지 않아 한국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흔히들 ‘잊혀진 전쟁’이라고 부른다. 만약 역사의 목적이 과거의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라면 강 감독은 크게 일조한 것이다.

“한국전쟁은 1950년에 시작해 3년간 계속 됐다. 5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전쟁의 진실을 모르고 있다. 이 영화의 컨셉은 전쟁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전쟁 후 세대에게 교육하는 것이다.”

나 역시 강 감독의 작품으로부터 교육받은 전쟁 후 세대의 한국인들 중 하나다. 하지만 나에게 전쟁의 진정한 의미나 전쟁의 메세지를 기대하지는 마시길. 그저 변기처럼, 전쟁 역시 특별한 목적을 수행한다. 하지만 그것을 거꾸로 뒤집었을 때,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과 닮은 점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인생의 곡선을 말이다.
사진설명 :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 이은주, 원빈.
삽입 : 강제규 감독
사진은 데스티네이션 필름과 사뮤엘 골드윈 필름으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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